추석 전 8월 말부터 다시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강원도에 가서 시리도록 퍼런 물을 보면 이 답답함이 뚫릴 것 같았다.
그런데 어쩜 그렇게 무슨 일이 그렇게 생기는지 모를 일이다.
경기도 서남권에 사는 나로서는 강원도 안목해변까지 3시간 30분이 전후는 걸려야 도착할 수 있다.
왕복으로 계산을 하면 7시간 정도 되는 거리이니 당일로는 좀 체력적으로 무리가 되는 여행이다.
누가 내 다리를 붙잡는 것도 아닌데,
한번 떠나는 것이 무엇이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달력을 보며 어떻게든 떠나겠다는 생각으로 일정을 확인한다.
좀 빠듯하게 떠나는 1박 2일. 평소라면 오전에서 정오 무렵이면 여행지에 도착하나,
오전 일정을 소화하고 나서 12시경 출발해서 안목해변에 도착한 시간이 4시에 가깝다.

안목해변가를 잠시 거닐며, 오랜 시간 차를 타고 오면 굳은 몸을 풀어본다.
그래도 시간을 보며, 해변가의 카페들을 보다 들어가서 커피와 베이글을 시켜보았다.
안의 파가 크림치즈와 녹아들어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사실 그 당시 나에게는 이 빵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목마르게 하고 싶었던 여행을 실행한 나에 대한 만족감이 컸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미리미리 하는 습관이 든 나는 숙소도 예약하지 않고 온 이번 여행이 불안할 법도 한데,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여유 있는 생각을 하면서, 앱으로 숙소를 예약했다.
평일 여행이라 그런지 예약이 어렵지 않고, 이 역시 내 만족감을 높여 주었다.
숙소에 짐을 옮기고 나와서 강문해변까지 소나무 숲길을 걸었다.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맥주도 사서 들고 걷는다. 이 보다 여유로울 수가 없다.
사람도 적당히 있고 방해되는 것이 없는데, 쓸쓸하지는 않다.
숲길을 걷다 한번씩 해변으로 나가서 바다를 바라본다.
사실 이 날은 구름이 많고 흐린 날로 하늘의 닮아 바다도 내가 생각한 시린 바다빛은 아니어서
처음엔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이렇게 조용한 길을 걸으며 그 마음이 다 없어지고
내 마음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을 떴다. 6시도 안 된 시간. 평소 일출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날은 자연스럽게 해 뜨는 시간을 확인하고, 옷을 갖춰 입고 숙소 앞의 해변으로 나갔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다니고 있다.
그리고 해는 구름에 가려서 못보나 했는데, 어느 순간 구름 밖으로 얼굴을 내민다.
해가 불타오르다 터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 될 정도로 이글거렸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몇번의 일출을 보기는 했지만,
추운 겨울, 특히 새해에 첫해를 보러 간 기억에 항상 춥기만 했는데
이번 일출을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앞으로 일출을 보는 기준이 너무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날씨가 될 듯하다.